
"만약 앞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조선 세종 시대, 집현전 신루에서 벌어지는 별을 사랑하는 세자 향과 미래를 예언하는 여인 해루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앞으로 제 종자 노릇을 할 아이입니다."
형의 입에서 느닷없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순간, 노인을 향해 달려들던 해루는 그 모습 그대로 굳어진 채 그를 돌아보았다.
"종자라고요?"
말하자면 종노릇을 할 아이란 뜻?
어이가 없어진 해루는 항의 섞인 눈빛으로 향을 노려보았다. "제가요?"
언제요?
문득 향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위로 올라갔다.
반듯한 미소 속에 짓궂은 느낌이 가득 묻어났다.
해루의 눈앞으로 바싹 다가온 향은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활짝 펼쳤다.
해루의 손바닥이 선명하게 찍힌 종이.
그 종이 위에 반듯한 모양으로 딱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我取你
- 본문 중에서
■ 해시의 신루
밤의 신기루처럼 보이지 않는 실체를 쫓는 조선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 운명처럼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감상평

꼬르륵. 이성을 배신한 본능이 미친 듯이 아우성을 질러댔다.
"어떠..하냐?"
중전의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맛과 향을 음미하던 해루가 입을 열었다.
"훌륭합니다. 담백하게 시작하여 깊게 자리 잡고, 부드럽게 가라앉아 흩어지니, 향기는 봄과 같이 화려하고 맛은 가을과 같이 한결같습니다. 풍성하고 깨끗하여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청산유수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심운기의 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조용히 해루를 바라보던 중전이 다시 물었다.
".. 더 하겠느냐?"
중전의 말이 떨어지지 무섭게 해루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혀가 떫어서 싫습니다."
아뿔싸!
....
"아버지는 귀양을 보내고, 아들은 또 찾아왔네. 아이고, 내 팔자야, 저 집안하고 엮이는 게 아닌데.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게 틀림없음이야, 에휴."
황 노인의 탄식은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이어졌다.
....
그 뒤로 비연이 다리를 절뚝절뚝 절며 지나갔다.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 그러나 그 누구 하나 비연에게 시선을 주는 이가 없었다.
"이보게들, 나 다쳤네. 여기 피도 난다네."
끝끝내 대답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ㅋㅋㅋㅋ 완전 웃겨~
....
조선 최고의 군주였던 세종대왕의 장자이자 단종의 아버지, 문종 이향과 해루의 이야기, 해시의 신루다.
간만에 괜찮은 책을 읽었다. 글귀도 예쁘고, 몰입감 넘치며, 잔잔한 웃음 코드도 딱 내 스타일인 장편 로맨스 소설이었다. 총 5편의 소설인데 2편 중반 너무 빨리 목적 달성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하기도 했으나 역시나 여러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음.
정 많은 양여섭, 심운기, 김담 등의 신루 학자들, 눈치 백단 왕과의 개떡데이트 등등 캐릭터들이 하나 하나 매력 넘친다. 정 판수가 납치된 현장을 보고 사건을 재구성하고 범인까지 잡는 위창의 능력은 흡사 CIA요원을 능가한다는 ㅋㅋㅋ 드라마로 제작해도 좋을 만큼 너무도 재미지게 읽은 소설 책이었는데 작가 윤이수씨가 구르미 그린 달빛(읽거나 보진 않았음)을 쓴 저자라고 하니 나름 납득도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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