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세자는 사내 구실을 못 한답니다."
"밤만 되면 미치광이가 된다지요?"
"요부 장희빈의 아들이 일국의 세자라니..."
고자, 광인, 죄인의 아들, 그리고 왕의 장자. 불행한 왕세자, 이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삶이 없다 하였습니다. 비록 천한 궁녀 나 부랭이라 여기시겠지만, 이런 제 삶도 소인에게는 무척 귀중했단 말입니다."
한낱 궁녀 신분이지만 행복한 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봄날처럼 생동하는 생과방 나인, 김순심. 연꽃 만발한 창덕궁 후원, 그들의 연이 닿았다.
"누군가 묻거들랑, 간밤에 나와 동침하였다 고하라."
"도, 도, 동침이라고요?"
"싫으면 그 보따리를 들고 궐 밖으로 나가면 되겠지."
"아닙니다. 약조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승은공녀입니다."
'고자인척'해야 하는 왕세자와 '승은을 입은 척'해야 하는 궁녀 의조선 초유 승은 스캔들!
💎 좋은 글귀
"때로 삶이란 버텨내고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에 상처받고 슬퍼하며 지나 온 일에 속박되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감상평

네이버 별점이 높고, 책 뒷장 요약을 봐도... 뭔가 비밀스런 재미짐? 또는 유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읽게 됐으나 씁쓸함만 남은 승은궁녀스캔들!
숙종의 장자이자 희빈 장씨의 아들로 태어나 총명함을 감추고 살아야했던 경종, 이율과 생과방 나인 김순심과의 로맨스 소설이다. 빼어난 미모로 뭇 사내들의 은근한 사랑을 받는 순심은 영특함도 겸비했다. 그래서 그녀의 활약으로 많은 난관이 재치있게 해결되고 큰 뜻을 이루리라 기대했으나.. 그녀는 단지 지아비를 섬기며, 오매불망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조선의 여인이었다. 승은을 입으면 바로 후궁이 되어 특급 대우를 받는 전개를 예상했으나 조선의 법도는 그보다 더 까다로워 한낱 궁녀에게도 무시 당하는 신세라니..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왕은 세상을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 '하고 싶은거 맘대로 다 할 수 있는 부러운 사람'이였으나 궁중로맨스 소설을 여러권 접하고 나니 왕은 온갖 음모와 계략에 끊임없이 위협받는 바람 앞의 등불같은 불안한 존재로 무척이나 외롭고, 괴로운 자리라는...그래서 왕의 몇 안 되는 측근인 박상검과 문내관이 죽었을 때는 내 지인을 잃은 듯 무척이나 마음이 헛헛했다.
어쨌든 이번 책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식백과를 통해 알아 본 경종의 일생과 일맥상통하는 스토리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몰입감이 떨어지고 흥미롭진 않았다.
그래서 웹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이 순종적인 여주일 수 밖에 없는, 시대가 그리 만든 사극보다는 서양의 황태자나 차라리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기사의 스토리가 더 많은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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