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서평] 구경하는 들러리양_ 저자 엘리아냥(개인평점 8.7)

hohowindy 2022. 10. 23. 02:30



내가 그것을 구경하기 전까지 그것은 하나의 장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구경함으로써 그것은 나의 인생이 되었다.

<'야수의 꽃'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 거지같은 친절한 안내문 덕분에 깨달았다.
도저히 말도 안 되고 믿을 수도 없지만, 한 순간에 소설 속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인터넷에 연재 중인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으로!

그래서 누구냐고? 주인공이냐고?
내 팔자에 무슨......
끝판 악녀 곁에 붙어 알랑거리면서 여주인공을 괴롭히다 털린 조연, 라떼 엑트리. 그게 나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
황태자, 최연소 공작, 그리고 마탑의 주인이 내가 좋다네? 세 미남 중 누구를 고를까요, 알아맞춰 보세요~

.......와 같은 일은 꿈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구경이나 하자!"



감상평



제목이 맘에 들진 않았으나 딸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된 로맨스소설이다. 25살의 중등부 학원 강사 한국인 김혜정이 웹 소설 속 조연의 몸에 빙의 되었다는 설정이었으나 글 전반에 흐르는 여주에 대한 윈디의 사견은 산전수전 다 겪어 능글능글하고, 개그 욕심을 주체할 수 없는 40대 아줌마가 빙의된 느낌이었다.

깐죽거리고 싶다. 깐죽대고 싶어!
난 결국 충동을 참지 못했다.
"꺄악! 흉포한 맹수 토끼가 왜 이런 곳에!"
"......"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요. 제 친구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촐싹 촐싹, 깨방정, 오두방정등 요런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여주인공 라테 엑트리. 작가는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도 그들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임을 강조하는 엑스트라의 엑트리부터 올리브 영애, 카놀라, 카노 아메리, 론드미오, 가비어워, 너마나러, 오픈이어, 누니어디에 백작, 크레이 영애 등등...

보통의 여인에게 몰빵 남주는 가당치 않다는 현실주의와 웃음적 요소에 너무 치중한 느낌이었고, 여주가 구경하는 들러리다 보니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되어 몰입감이나 박진감이 떨어졌다. '야수의 꽃'을 성실 연재하던 작가가 몇개월 전부터 잠수를 탔다는 초기 설정으로 혹시 작가도 책 속에 빙의 됐고, 그게 이벨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나의 지나친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총2권이다 보니 단편 영화처럼 썰을 풀기전에 끝난 느낌이었고, 이벨린은 나름 여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너무도 쉽게 흐지부지 무너진 느낌이었다.
4권짜리 장편보다 오히려 책 읽는 속도가 더뎠던 책이다.